마스터 디스틸러 블로그 제6호 ― 위스키 증류소 안으로 들어가다
David Hsieh

매싱과 증류, 그리고 캐스크 충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증류사의 일상
David Hsieh, 마스터 디스틸러, Tankyu Distillery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진행자
본 글은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EP6 「Distilling, nice」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는 대개 하일랜드의 외딴 지역이나 섬에 자리 잡고 있으며, 건물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흰 벽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당시의 건축 비용과 관련이 있다. 건물 외벽에 바르는 석회 도료(lime-wash)는 습기와 곰팡이를 막아 주었고, 재료도 저렴하며 시공도 간단했다. 그 결과 19세기에는 증류소뿐 아니라 일반 주택들도 같은 마감재를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섬 지역의 증류소들은 흰 벽 위에 증류소 이름을 검은색의 큰 글씨로 적어 두는 경우도 많았는데, 작은 항구로 들어오는 보급선이 바다 위에서도 목적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맥아나 캐스크가 잘못된 증류소로 배달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건축적 특징은 파고다 루프(Pagoda Roof)다. 이는 킬른(kiln) 위에 설치된 테이퍼형 굴뚝 지붕으로, 원래는 맥아 건조실에서 발생하는 피트 연기와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였다.
증류소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보통 몰트 빈(malt bin)이다. 몰트 빈은 거대한 스테인리스 물탱크를 닮은 모습으로, 몰팅 시설에서 건조된 맥아가 반입되면 하역장(loading bay)에서 컨베이어를 통해 상부로 운반된 뒤 저장조 안으로 떨어져 보관된다.
그 옆에는 밀(mill)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설비는 맥아를 분쇄해 매싱(mashing)에 적합한 입도 분포를 가진 그리스트(grist)로 만든다. 그 다음은 매시 튠(mash tun)이다. 내부에 교반용 레이크 암(rake arm)이 설치된 거대한 주철 용기로, 그리스트와 뜨거운 물을 충분히 섞어 주면서 전분이 발효 가능한 당(fermentable sugars)으로 전환되도록 돕는다. 발효실은 매시 튠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으며, 내부에는 워시백이 늘어서 있는데, 일부는 전통적인 목재로 만들어졌으며 일부는 현대적인 스테인리스로 제작되었다. 워트(wort)와 효모는 이 안에서 수십 시간 동안 발효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매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자극적인 발효 향이 가득하여, 처음 방문한 사람들 중에는 무심코 한 걸음 물러서는 경우도 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비로소 증류소를 대표하는 공간, 스틸 하우스(still house)가 모습을 드러낸다. 중앙에는 한 쌍 또는 여러 쌍의 키 큰 구리 포트 스틸(pot still)이 서 있으며, 그 표면은 깊고 진한 황금빛을 띠고 있다. 증기가 발효를 마친 워시(wash)를 가열하면 알코올을 함유한 증기가 스완 넥(swan neck)을 따라 올라가고, 이어 라인 암(lyne arm)과 콘덴서(condenser)를 지나 반대편에서 무색투명한 액체로 흘러나온다 - 이것이 바로 뉴메이크 스피릿(new make spirit), 다시 말해, 오크를 만나기 전 위스키의 최초의 형태이다. 증류과정에서 끊임없이 공급되는 열로 인해 스틸 하우스는 증류소에서 가장 따듯한 공간이다. 겨울철 바깥 기온이 0°C 인 날에도 실내 온도는 20~30°C 까지 올라간다.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공간이 바로 웨어하우스(warehouse)다. 실내는 어둡고, 온도는 대개 바깥보다 약 10°C 정도 낮다. 겨울에는 실내 온도가 어는점 가까이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현재 사용되는 웨어하우스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전통적인 더니지 웨어하우스(Dunnage Warehouse)다. 흙바닥 위에 목재 랙을 설치하고, 캐스크를 옆으로 눕혀 2~3단으로 쌓아 보관한다. 천장은 낮게 유지된다. 두 번째는 현대적인 랙드 웨어하우스(Racked Warehouse)다. 목재 랙 대신 강철 구조물을 사용하며, 캐스크를 여러 층 높이까지 적재할 수 있어 제곱미터당 체적용량이 훨씬 크다. 세 번째는 팔레타이즈드 웨어하우스(Palletised Warehouse)다. 캐스크를 세운 상태로 팔레트에 고정한 뒤 지게차를 이용해 여러 층으로 적재하여 바닥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증류사의 하루
증류소의 구조를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되면, 증류사의 하루가 어떤 모습인지도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증류소의 핵심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매싱(mashing), 증류(distilling), 그리고 캐스크 충전(cask-filling)이다. 각각은 매시 튠과 워시백, 포트 스틸, 그리고 필링 스토어(filling store)에 대응한다. 증류사는 보통 하루의 시작과 함께 정해진 작업 목록을 받는다. 완료해야 할 매싱 한 회, 마쳐야 할 한두 번의 증류, 그리고 몇 개 또는 열몇 개 남짓한 캐스크 충전 작업이 대표적이다. 이 세 가지 작업은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매싱과 증류, 그리고 캐스크 충전은 같은 근무 시간 동안 끊임없이 겹쳐 진행되며, 증류사는 하루 종일 여러 작업 공간을 오가며 일한다.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만보계에 2만~3만 보가 기록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형적인 반자동 증류소를 예로 들어 보자. 증류사는 먼저 매싱을 시작한다. 뜨거운 물과 분쇄된 그리스트(grist)를 매시 튠에 투입한다. 동시에 이전 배치에서 발효가 끝난 워시(wash)를 워시백에서 스틸로 옮기고, 증기를 공급해 증류를 시작한다. 스틸이 가열되는 동안에 방금 비워진 워시백을 세척한다. 뉴메이크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증류사는 도수와 시간을 기준으로 포어샷, 미들 컷, 페인츠를 구분한다. 컷 포인트는 분 단위까지 정확해야 하므로, 증류사는 허리에 찬 타이머를 보며 시점을 맞춘다. 증류가 계속 진행되는 동안, 매싱에서 나온 첫 번째 워트가 배출되어 냉각된 뒤 워시백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두 번째 온수 투입이 이루어지고, 두 번째 워트가 회수되면 세 번째 물(third water)이 추가된다. 이후 세 번째 워트는 핫 리쿼 탱크(Hot Liquor Tank)로 회수되어 다음 매싱에 사용할 물로 보관된다. 작업 사이에 잠시 여유가 생기면 증류사는 필링 스토어로 내려가 뉴메이크를 캐스크에 채우기 시작한다. 근무가 끝날 무렵에는 매시 튠과 주변 작업 공간을 철저히 세척한다. 남아 있는 당분이 초파리를 끌어들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후 보일러를 정지시키고 다음 교대조에 업무를 인계하면 하루의 작업이 마무리된다.
증류사의 벨트에 달린 도구들
여러 공정을 동시에 관리하며 일하기 위해서, 증류사는 작지만 필요한 것들만 고른 도구들을 가지고 다닌다.
첫 번째는 손전등이다. 스틸 내부를 점검하거나, 몰트 빈의 잔량을 확인하거나, 탱크가 제대로 비워졌는지 확인할 때는 반드시 빛이 필요하다. 겨울철 이른 아침이나 늦은 퇴근길, 외딴 증류소 주변에 가로등조차 없는 경우에는 같은 손전등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밝혀 주기도 한다.
두 번째는 칼이다. 주된 용도는 효모 포대를 개봉하거나 표백제 드럼의 봉인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병입 시설에서 포장 테이프를 자르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세 번째는 마커펜, 볼펜, 그리고 수첩이다. 수첩에는 인계 사항과 하루 동안의 공정 기록을 적는다. 마커펜에는 보다 구체적인 역할이 있다. 워시백에 효모를 투입할 때마다 빈 효모 포대에 표시를 남겨 두는 것이다. 하루가 끝난 뒤 표시된 포대 수를 세어 보면 모든 워시백에 효모가 정상적으로 투입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소 구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방법은 자동화 시스템이 놓칠 수도 있는 종류의 실수를 잡아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네 번째는 시계다. 손목시계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중시계일 수도 있다. 증류소의 많은 설비에는 자체 타이머가 없다. 스피릿 런(spirit run)의 컷 포인트, 스틸을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 캐스크 충전 속도 등은 모두 증류사가 직접 시간을 관리한다. 대개 증류사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개의 타이머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캐스크를 다루기 위한 질긴 작업용 장갑도 필수다. 셰리 시즈닝 캐스크(sherry-seasoned cask)는 가득 찼을 경우 400~500kg에 이르며, 캐스크 가장자리에는 거친 나무 가시가 튀어나와 있다. 맨손으로 잡았다가는 손을 베이기 쉽다. 장갑을 끼더라도 가시가 뚫고 들어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마지막은 작업용 안전화 - 방수 기능과 미끄럼 방지 밑창을 갖추고 있으며, 앞코에는 강철 토캡(steel toecap), 밑창 내부에는 강철 미드솔(steel midsole)이 들어 있다. 방수 기능은 증류소 바닥에 늘 고여 있는 물과 세척수를 견디기 위한 것이고, 강철 보강재는 보기보다 훨씬 무거운 캐스크가 굴러와 발가락을 짓누르는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 모든 요소를 합쳐 보면 위스키 증류소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 그것은 낭만적인 풍경이 아니라, 공정과 리듬 위에서 움직이는 하나의 생산 현장이다.
저자 약력
데이비드 셰(David Hsieh)는 단큐 증류소(Tankyu Distillery, 丹丘蒸留所)의 수석 증류사다. 이전에는 스코틀랜드의 여러 위스키 증류소에서 증류사로 일했으며, 헤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에서 양조·증류학 석사(MSc Brewing and Distilling)를 취득했다. 대만 1위 위스키 팟캐스트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의 진행자이자 제작자다.
단큐 증류소에 대하여
단큐 증류소(丹丘蒸留所)는 홋카이도 가미카와군 히가시카와초에 자리한, 일본에서도 드문 공설민영(公設民営) 크래프트 증류소다. 2020년에 설립되어 다이세쓰잔의 맑은 용천수로 싱글 몰트 위스키와 크래프트 진을 만든다. 히가시카와초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게 상수도가 없는 지자체로, 그만큼 물이 맑다. 자세한 내용은 tankyudistillery.jp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자료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 팟캐스트 EP6 「Distilling, nice」.
본 글에서 언급된 증류소, 브랜드 및 생산자에 관한 내용은 공개된 정보와 저자 개인의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는 상업적 비교나 평가가 아닌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며, 해당 언급이 Tankyu Distillery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