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디스틸러 블로그 제3호 ― 몰팅의 진실
David Hsieh

보리가 왜 위스키가 되기 전에 반드시 발아해야 하는가, 그리고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은 정말 잔 속의 풍미를 바꾸는가 - 증류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몰팅 공정
David Hsieh, 마스터 디스틸러, Tankyu Distillery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진행자
본 글은「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EP3 - 'Sprouted'(2023년 2월, 스코틀랜드 녹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위스키의 원재료는 보리이다. 그러나 증류소에 도착하는 것은 밭에서 수확한 그대로의 보리가 아니다. 위스키 제조에 사용되는 보리는 반드시 몰팅이라는 과정을 거친 상태여야 한다.
왜 몰팅이 필요한가
현실적으로, 수확한 보리를 그대로 가져와 위스키를 만들 수 없다. 그 이유는 보리 알곡 내부에 숨겨져 있는 것들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는 효소의 문제다. 생보리 안에 들어있는 전분은 바로 알코올로 발효될 수 없다. 먼저 효모가 이용할 수 있는 발효성 당(Fermentable Sugar)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전환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보리가 발아를 시작하면서 스스로 생성하는 당화효소(Diastatic Enzymes)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몰팅은, 보리 안에 잠들어 있던 효소를 의도적으로 깨워 활성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상대적으로 덜 언급되지만, 그렇다고 그 중요성이 작지는 않다. 발아는 또 다른 효소 ― 단백질분해효소 ― 를 활성화한다. 이 효소들은 곡물의 세포벽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단단하고 유리질 같던 보리 알맹이는 점차 쉽게 부서지는 상태로 변하고, 비로소 매싱에 적합한 그리스트(grist)로 분쇄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없이는 분쇄도, 매싱도 첫 단계부터 성립할 수 없다.
침지(Steeping) 와 발아(germination) : 물, 온도, 공기 사이의 균형잡기
수확된 보리는 장기보관을 위해 수분 함량 약 12%로 유지되며, 발아를 시작하게 되면 수분 함량을 약 45~46%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침지라고 한다.
가장 초기의 방식은 보리 자루를 강물에 그대로 담가 두는 것 - 이 방법은 발아율이 약 50%에 불과하였는데, 숨을 쉬어야 하는 보리가 계속 물 속에 잠겨 있으면서 에탄올, 젖산, 이산화탄소가 축적되며 결국 스스로 질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40~50시간이 걸리는 침지->배수->재침지 의 사이클을 이용하여 단계적으로 수분을 공급하며 그 사이사이 생성된 대사 가스를 배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발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작업자는 3가지 요소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수분 함량이 50%가 넘어가면 곡물이 손상되기에 45~46% 범위에서 유지 시켜야 한다.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넘어가게 되면 발아가 불균일해지고 미생물의 오염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20도 이하로 유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발아 과정은 발열 반응을 동반하기 때문에, 국소적인 고온지점(Hot Spot)이 형성되지 않도록 열을 적절히 배출시킬 수 있는, 공기순환작업을 해줘야 한다.
삽 에서 드럼까지 : 100년에 걸친 설비의 진화
가장 오래된 방식은 플로어몰팅(Floor Malting)이었다. 침지를 마친 보리를 몰트 하우스 바닥 위에 약 15cm 두께로 펼쳐 놓고, 몇 시간마다 삽으로 뒤집어 주며 열을 방출 해주고, 뿌리들이 서로 엉켜 붙지 않도록 했다.
이 작업은 상당한 육체 노동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고, 전통적으로 작업자는 같은 방향에서 반복적으로 삽집을 했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어깨부상이 훗날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브랜드 몽키숄더(Monkey Shoulder)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이후, 갈랑이라는 이름의 프랑스인이 냉각수와 강제 환기 시스템을 갖춘 긴 금속 트로프(Trough)라는 새로운 설계를 고안하여 열 분산과 뒤집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였다. 그의 제자였던 살라댕은 이를 한단계 더 발전시켜 트로프 위를 이동하며 보리층을 자동으로 뒤집는 기계식 교반 장치를 장착하였는데, 이것이 살라댕 시스템 의 탄생이다.
이후 엔지니어링의 발전은 직사각형이었던 설비를 원형구조로 진화 시켰다. 중앙 회전축에 연결된 교반 갈퀴가 보리층 전체를 가로지르며 회전하는 원형발아조(Circular germination vessel)가 등장한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수 미터 직경의 금속 원통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내부의 보리를 계속 뒤섞고, 정교한 환기 시스템이 전체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게 하는 방식인 드럼 몰팅(Drum Malting)이 개발되었다. 현대의 대형 몰트 제조시설의 주류 설비는 원형발아조와 드럼시스템이다.
지금도 플로어몰팅을 하는 곳은 어디인가?
오늘날 대부분의 스카치 증류소는 전문 몰트 제조업체로부터 몰트를 공급받는데, 대표적인 업체로는 베어즈, 크리스프, 심프슨스 등이다. 하지만 일부 소수의 증류소는 여전히 자체 플로어 몰팅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스프링뱅크, 보모어, 하이랜드 파크, 라프로익, 킬호만 등인데, 이들 증류소가 공통적으로 피티드위스키로 잘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몰팅 방식은 실제로 풍미를 바꾸는가?
증류사의 관점에서라면, 이 질문에는 분명하게 답을 할 필요가 있다. 플로어 몰팅, 살라댕시스템, 드럼몰팅 사이의 차이가 최종 위스키에서 감지될 정도로 나타나고 있는가?
사실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몰트의 최종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주로 보리 품종, 수분 관리, 발아의 균일성, 킬닝(Kilning)의 조건이다. 보리를 어떠한 방식으로 뒤집었는지는 이들 요소에 비하면 훨씬 영향력이 적다. 플로어 몰팅이 오늘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이유는 측정 가능한 풍미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기보다, 보다 느리고 사람의 손을 거치는 전통적인 작업 방식에 대한 존중이라는 증류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스키 라벨에서 '전통적인 플로어 몰팅'을 강조하고 있다면, 그것은 전통적인 공정이 계승되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전통적인 풍미까지 계승되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저자 약력
데이비드 셰(David Hsieh)는 단큐 증류소(Tankyu Distillery, 丹丘蒸留所)의 수석 증류사다. 이전에는 스코틀랜드의 여러 위스키 증류소에서 증류사로 일했으며, 헤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에서 양조·증류학 석사(MSc Brewing and Distilling)를 취득했다. 대만 1위 위스키 팟캐스트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의 진행자이자 제작자다.
단큐 증류소에 대하여
단큐 증류소(丹丘蒸留所)는 홋카이도 가미카와군 히가시카와초에 자리한, 일본에서도 드문 공설민영(公設民営) 크래프트 증류소다. 2020년에 설립되어 다이세쓰잔의 맑은 용천수로 싱글 몰트 위스키와 크래프트 진을 만든다. 히가시카와초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게 상수도가 없는 지자체로, 그만큼 물이 맑다. 자세한 내용은 tankyudistillery.jp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자료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 팟캐스트 EP3 〈Sprouted〉, 2023년 2월 스코틀랜드 녹음. 원본 음원: youtu.be/j_VzIgkJV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