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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디스틸러 블로그 제7호 ― 맥아 분쇄의 황금 비율

David Hsieh

마스터 디스틸러 블로그 제7호 ― 맥아 분쇄의 황금 비율

분쇄라는 한 도구의 공정이 어떻게 위스키의 풍미를 결정하는가 — 이물질 제거에서 시작해 맥각·맥립·맥분의 황금 비율, 그리고 해머 밀과 매시 필터까지.

David Hsieh, 마스터 디스틸러, Tankyu Distillery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진행자

본 글은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EP7 「No sponsor from the small mill this time」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보리 맥아가 발맥장에서 증류소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거치는 공정이 분쇄(Milling)다. 굳이 분쇄를 먼저 거친 뒤에 당화로 들어가는 이유는 사실 커피 원두를 가는 원리와 비슷하다. 맥아 한 알을 통째로 가루 내면, 이후 당화 단계에서 뜨거운 물과 닿는 표면적이 늘어나 맥아 속의 당분과 풍미 물질이 한층 효과적으로 추출된다. 분쇄를 거치지 않은 통보리는 겉껍질이 그대로 온전히 남아 있어, 뜨거운 물이 효소와 작용하지 못하고 당화 효율도 떨어진다.

분쇄 전에 — 돌과 금속 조각을 골라낸다

맥아가 분쇄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먼저 그 안에 섞여든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이물질의 출처는 대체로 보리 수확 때 밭에서 딸려 온 작은 돌멩이, 운송 컨테이너에 남아 있던 금속 부스러기, 발맥 과정에서 잘못 떨어진 부품 같은 것들이며, 모두 맥아와 함께 증류소까지 실려 올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증류소는 입고 시점에 컨테이너의 이전 세척 기록을 확인해 식품 안전을 담보하고, 분쇄기 위쪽에 진동 체나 강력한 자석을 달아 물리적인 방식으로 돌과 금속 조각을 골라낸다. 이물질 제거를 꼼꼼히 하지 않아 금속이나 돌이 일단 분쇄기 안으로 들어가면, 가볍게는 반나절 가동 정지, 심하게는 분쇄기 한 대를 통째로 폐기해야 하고, 더 나아가 불꽃이 튀어 분쇄 시의 분진과 닿으면 그 결과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니 신중히 다뤄야 한다.

'분쇄'와 '정미(精米)'는 다르다

위스키 제조 공정의 '분쇄'는 청주 제조 공정의 '정미(精米)'와는 사뭇 다르다. 분쇄는 맥아를 전부 부수되 보리 껍질을 남겨 이후 여과 단계의 천연 여과층으로 삼는 일이고, 정미는 쌀알 바깥층의 단백질·지질 등 잡미를 내기 쉬운 부분을 깎아내 중심부의 비교적 순수한 전분을 남기는 일이다. 위스키는 이후 증류를 거치며 불필요한 성분이 상당 부분 제거되기 때문에,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당화 효율과 곡물 풍미의 보존이다. 반면 청주는 증류 과정이 없는 양조주라, 정미를 통해 술의 순도와 섬세함을 끌어올려야 한다.

롤러 분쇄기와 '두 쌍의 롤러'

스카치 몰트 위스키 증류소의 절대 다수가 쓰는 것은 롤러 분쇄기(Roller Mill)다. 가장 흔한 설계는 두 쌍의 롤러로 구성된 4롤러 분쇄기(Four-Roller Mill)다. 맥아가 위에서 떨어지면 먼저 첫 번째 롤러 쌍을 지나며 눌려 껍질이 벌어지고, 다시 두 번째 롤러 쌍을 지나며 한층 더 잘게 부서진다. 각 롤러 쌍에서는 하나가 고속으로 회전하고 다른 하나는 고정되거나 저속으로 도는데, 두 롤러 사이의 회전 속도 차가 마찰력을 만들어 맥아를 껍질과 알맹이로 갈라낸다. 롤러 표면에는 보통 타이어 트레드를 닮은 잔무늬가 새겨져 있어, 마찰을 키우고 분쇄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왜 한 쌍으로 단번에 갈지 않고 굳이 두 쌍을 쓰는가. 이는 마치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 일과 같다. 먼저 껍질을 깨물어 벌리고, 그다음에 안의 알맹이를 꺼내는 것이다. 첫 번째 롤러 쌍은 '정밀한 탈각'을 맡아 껍질과 알맹이를 분리하고, 두 번째 롤러 쌍은 이미 껍질이 벗겨진 알맹이를 가루로 부순다. 탈각된 껍질과 부서진 알맹이가 한데 섞인 것, 이것이 분쇄를 마친 산물 맥분(Grist)이다. 맥분은 입자 크기가 다른 세 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굵은 맥각(Husk), 눌렸으나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은 맥립(Grit), 그리고 가장 고운 맥분 가루(Flour)다.

껍질을 남기는 이유 — 여과층

그렇다면 이용 가능한 전분이 거의 없는 껍질이 전분이 풍부한 알맹이·가루와 이미 분리되었는데, 왜 껍질을 아예 체로 걸러내고 알맹이와 가루만으로 당화하지 않는가. 이유는 껍질이 당화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쓰임을 갖기 때문이다. 당화 과정에서 맥분이 뜨거운 물과 섞이면, 비교적 무거운 껍질이 자연스럽게 당화조 바닥의 '가짜 바닥(False Bottom)'이라 불리는 금속 체 위로 가라앉아 두께 수 센티미터의 '여과층'을 이룬다. 당화가 끝나 맥즙(wort)이 가짜 바닥의 체를 통해 흘러나올 때, 바로 이 한 겹 더 깔린 껍질 여과층이 미세한 입자를 막아 맥즙의 맑기를 지켜준다. 그러니 온전한 껍질을 남기는 것은 분쇄 단계의 핵심 설계다. 분쇄할 때 껍질이 너무 잘게 깨지지 않도록, 어떤 증류소는 분쇄 전에 맥아 표면에 물안개를 뿜어 적셔, 촉촉해진 껍질이 한층 질기게 버티며 잘 부서지지 않게 하기도 한다.

2:7:1이라는 황금 비율

분쇄해 나온 맥분의 조성 비율 또한 증류소가 지켜보는 핵심 지표다. 맥분이 너무 굵게 갈리면 알맹이가 완전히 벌어지지 않아, 당화 때 뜨거운 물과 닿는 면적이 부족해 당분 추출률이 떨어지고 출주율이 줄어든다. 반대로 너무 곱게 갈려 가루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당화 단계에서 뜨거운 물과 섞일 때 덩어리(Balling)로 뭉쳐 뜨거운 물이 뭉친 핵심까지 고르게 스며들지 못하니 당화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다. 동시에 지나치게 고운 가루는 맥즙 추출 시 껍질 여과층을 통과해 가짜 바닥 체의 틈을 막아 배관 막힘을 일으킨다. 스카치의 일반적인 몰트 위스키 증류소가 채택하는 맥분의 황금 비율은 '2:7:1' — 껍질 20%, 알맹이 70%, 가루 10%의 조성이다. 이 비율은 여과층 두께를 유지할 만큼의 껍질을 남기는 동시에, 알맹이와 가루의 비율을 높게 유지해 당분이 충분히 추출되도록 하고, 가루의 비중은 낮게 눌러 뭉침과 막힘을 피한다. 분쇄된 맥분이 이 비율에 맞는지 확인할 때 증류소 직원은 층층이 나뉜 나무 상자처럼 생긴 도구를 쓰는데, 그 안에는 구멍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여러 겹의 체가 포개져 있다. 맥분 시료 한 줌을 맨 위층에 넣고 뚜껑을 덮어 1분쯤 흔든 뒤, 각 층에 남은 잔여물을 따로 덜어 무게를 재면 껍질·알맹이·가루의 실제 비율을 산출할 수 있다. 매 배치의 맥분을 일일이 이 검사에 부치지는 않지만, 분쇄기를 막 수리했거나 눈금을 막 교정한 직후라면 비율의 정확도를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다시 검사해야 한다.

해머 밀과 매시 필터

롤러 분쇄기 외에, 일부 증류소는 또 다른 방식인 해머 밀(Hammer Mill)을 쓰기도 한다. 해머 밀은 고속으로 회전하며 흔들리는 금속 해머 날을 단 축으로 이루어져, 맥아가 들어가면 해머 날에 끊임없이 두들겨지고, 다시 체의 구멍 크기로 배출 입자를 조절한다. 해머 밀로 갈아낸 맥분은 매우 곱고 균일해, 껍질과 알맹이가 전부 가루에 가까운 상태로 두들겨진다. 이런 맥분은 전통적인 당화조에서는 여과층을 이룰 수 없어, 판틀식 맥즙 여과기(Mash Filter)로 바꿔야 여과를 마칠 수 있다. 해머 밀은 주로 스카치 그레인 위스키 증류소, 미국의 버번 위스키 증류소, 그리고 맥즙 여과기 설계를 갖춘 극소수의 몰트 위스키 증류소에서 볼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의 단큐 증류소(丹丘蒸留所)가 바로 이 방식을 채택한 매우 드문 몰트 위스키 증류소 가운데 하나다. 맥즙 여과기를 따로 갖춰야 해 건설 비용이 늘고 그 세척 과정 또한 무척 손이 많이 가지만, 해머 밀이 더 잘게 부순 맥분에 맥즙 여과기의 가압 추출을 더하면 맥즙의 당분이 더 높아지고 맥아에서 오는 풍미도 더 풍부해져, 일반적인 몰트 위스키와는 사뭇 다른 결과를 낳는다.

분쇄를 마친 맥분은 맥분 저장조(Grist Bin)에 담겼다가 당화 때 쓰인다. 맥분은 공기에 노출되면 쉬이 습기를 머금고 산화하기에 너무 오래 보관하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이는 커피 원두를 갈아 바로 내려 마시기를 권하는 이치와 비슷하다. 한편 규모가 작은 일부 증류소는 분쇄기를 두지 않고 발맥장에서 이미 갈아둔 맥분을 직접 사들이기도 하는데, 다만 그렇게 하면 장거리 운송과 보관을 거치는 사이 맥분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어, 역시 비용과 품질 사이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보리 맥아가 막 당화 단계로 들어서기 직전, 분쇄라는 핵심 한 걸음이 이미 미래에 빚어질 위스키의 품질을 조용히 결정해 두는 셈이다.


저자 약력

데이비드 셰(David Hsieh)는 단큐 증류소(Tankyu Distillery, 丹丘蒸留所)의 수석 증류사다. 이전에는 스코틀랜드의 여러 위스키 증류소에서 증류사로 일했으며, 헤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에서 양조·증류학 석사(MSc Brewing and Distilling)를 취득했다. 대만 1위 위스키 팟캐스트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의 진행자이자 제작자다.

단큐 증류소에 대하여

단큐 증류소(丹丘蒸留所)는 홋카이도 가미카와군 히가시카와초에 자리한, 일본에서도 드문 공설민영(公設民営) 크래프트 증류소다. 회사는 2020년에 설립되었고, 증류소는 2025년 8월에 개업했다. 다이세쓰잔의 맑은 용천수로 싱글 몰트 위스키와 크래프트 진을 만든다. 히가시카와초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게 상수도가 없는 지자체로, 그만큼 물이 맑다. 자세한 내용은 tankyudistillery.jp/ko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자료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 팟캐스트 EP7 「No sponsor from the small mill this time」.

본 글에서 언급된 증류소, 브랜드 및 생산자에 관한 내용은 공개된 정보와 저자 개인의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는 상업적 비교나 평가가 아닌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며, 해당 언급이 Tankyu Distillery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