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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리인가?

David Hsieh

스카치 싱글 몰트를 지탱하는 네 가지 물리적 조건- 전분·껍질·효소 같은 물리적 요소에서부터, 납품서 한 장과 단 하나의 PSY 수치를 지나, 실제로 증류사의 곡물 선택을 좌우하는 기준까지.

David Hsieh, 마스터 디스틸러, Tankyu Distillery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진행자

본 글은「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EP2 - ‘It’s barley, not wheat!’(2023년 2월, 스코틀랜드 녹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위스키에서 어떤 곡물을 선택하느냐는 흔히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문제처럼 여겨진다 :스코틀랜드는 수백 년 동안 보리를 사용해 왔고,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식이다. 그러나 증류사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낭만적인 전통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논리적이고 흥미로운 이유에 가깝다. 스카치 싱글 몰트의 중심에 보리가 자리한 것은, 다른 어떤 일반적인 곡물도 동시에 갖추지 못한 네 가지 물리적 장점을 보리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스카치싱글 몰트' 이름의 정의

스카치 싱글 몰트 위스키’라는 용어는 엄밀하게 정의되어 있는 각 단어들의 연결이다. ‘스카치’는 해당 증류주가 스코틀랜드에서 증류되고, 최소 3년 이상 그곳에서 숙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싱글’은 곡물의 종류나 빈티지가 아니라 하나의 증류소를 뜻한다. 그리고 핵심인 ‘몰트’는 원료가 100% 맥아 보리여야 하며, 동제(구리) 팟 스틸을 사용해 배치 방식으로 증류해야 한다는 뜻이다.

컬럼 스틸이나 하이브리드 방식의 증류기를 사용하면, 원료가 보리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싱글 그레인 위스키’로 표기해야 한다. 즉, ‘싱글 몰트’라는 정체성은 -원료, 설비, 공정- 이라는 세 가지 규정이 맞물려 결정된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다소 불편한 의문점이 제기된다. 수많은 곡물 가운데, 왜 하필 보리일까?

보리가 선택된 네 가지 이유

마케팅적인 측면을 벗어나 실제 증류 현장의 관점에서 보자면, 보리가 스카치 위스키의 주된 원료가 된 이유는 다음 네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 전분 함량이 높다. 보리는 약 58~65%의 전분을 함유하고 있어 밀이나 귀리보다 높다. 전분은 당화 과정의 원료가 되며, 전분이 많을수록 더 많은 당을 만들 수 있고 결국 더 많은 알코올을 얻을 수 있다.

둘째 - 보리의 껍질이 자연적인 여과층 역할을 한다. 보리를 분쇄하고 매싱하면 껍질이 매시 통 바닥에 가라앉아 여과층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맥즙이 배관을 막지 않고 맑게 흘러나올 수 있다. 반대로 껍질을 제거한다면, 매싱 공정 전체가 훨씬 까다로워진다.

셋째 - 호화 온도가 낮다. 보리 전분은 약 60~70°C에서 호화되는데, 이는 일반적인 매싱 온도 범위 안에 있다. 반면 옥수수나 쌀은 90~100°C에서 호화되기 때문에, 매싱 전에 별도의 고온·가압 조리가 필요하다.

넷째 - 맥아 상태에서 효소를 충분히 포함하고 있다. 맥아 보리는 자신의 전분뿐 아니라 다른 곡물의 전분까지 당으로 전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효소를 지닌다. 예를 들어 곡물 위스키 레시피에서 보리가 20%만 포함되더라도 전체 당화를 이끌 수 있다. 보리를 제외하면 이 화학적 ‘열쇠’ 자체가 사라진다.

증류소가 실제로 맥아를 고르는 방식 — 한 장의 발주서와 PSY라는 숫자

증류소에서 맥아를 선택하는 방식은 ‘테루아(Terroir)’나 품종 같은 낭만적인 언어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스카치 증류소가 자체적으로 보리를 맥아로 만들지 않는다. 이들은 전문 몰트업체로부터 건조까지 완료된 맥아를 구매한다. 그리고 입고 과정에서 확인되는 정보라고 해봐야, 대개는 물량과 품종이 적힌 납품서 한 장이 전부이며, 그 외의 정보는 거의 없다.

실제 구매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는 PSY(예상 주정 수율)이다. 이는 보리 1톤당 얻을 수 있는 순수 알코올 양(LPA)으로 표현된다. 현대 스카치 증류소에서는 보통 400 LPA/톤이 기준이며, 현재 주요 품종들은-콘체르토(Concerto)와 로리에이트(Laureate) 등을 포함해 - 420을 안정적으로 넘는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품종은 아무리 이름값이 있더라도 대형 증류소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골든 프로미스(Golden Promise)와 '복각'이라는 또 다른 시선

오래된 보리 품종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골든 프로미스다. 1960~80년대 스카치를 대표했던 품종으로, 수율은 350~370 LPA 수준으로 오늘날 기준에서는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상징성 때문에 일부 소규모 증류소에서는 ‘복원’이나 ‘테루아’ 이야기를 내세워 다시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옛 품종을 쓰면 옛 맛이 돌아온다”는 생각은 증류사의 관점에서 훨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위스키의 풍미는 보리 하나만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효모, 증류기의 구조, 캐스크의 출처, 숙성 환경까지 모든 요소가 달라졌다. 아무리 같은 품종을 다시 재배하더라도, 1970년대의 맛이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즉, 곡물은 훨씬 더 큰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변수일 뿐이다.

되찾아야 할 것은 풍미가 아니라 어쩌면 유전자다

그렇다면 옛 품종을 연구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연구 해야할 이유가 다를 뿐이다.

과거 품종들은 병충해에 약하고 수확량이 불안정하며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도태되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와 단일 재배가 문제로 떠오른 지금, 농업 과학자들은 오히려 이 오래된 품종들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축적한 ‘유전적 내구성’ 때문이다.

골든 프로미스나 슈발리에 같은 옛 품종의 진정한 가치는 과거의 풍미를 되살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보리를 더 안정적이고 극단적인 기후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유전자에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원료로 삼는 산업에서, 그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바라볼 가치가 있는 방향이다.


저자 약력

데이비드 셰(David Hsieh)는 단큐 증류소(Tankyu Distillery, 丹丘蒸留所)의 수석 증류사다. 이전에는 스코틀랜드의 여러 위스키 증류소에서 증류사로 일했으며, 헤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에서 양조·증류학 석사(MSc Brewing and Distilling)를 취득했다. 대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위스키 팟캐스트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의 진행자이자 제작자다.

관련 자료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 팟캐스트 EP2 〈보리다, 밀이 아니다!〉, 2023년 2월 스코틀랜드 녹음. 원본 음원: youtu.be/yeC6Vm0r-6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