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디스틸러 블로그 제10호 ― 매싱을 위한 세 번의 물
David Hsieh

세 번의 물 온도 조절이 맥아 보리의 전분을 발효 가능한 당으로 바꾸는 과정
David Hsieh, 마스터 디스틸러, Tankyu Distillery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진행자
본 글은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EP10 「A Right Mess of Porridge (Part I)」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증류소의 매시 하우스(Mash house)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매시 튠(Mash tun)으로, 거대한 주철 솥을 닮은 이 설비는 매싱 공정의 중심이다. 스코틀랜드의 중형 규모 증류소에서는 보통 한 번에 5~12톤 정도의 그리스트(grist)를 처리할 수 있는 매시 튠을 사용한다. 바닥에는 폴스바텀(false-bottom)이라 불리는 타공판이 설치되어 있으며, 구멍의 폭은 약 0.7~1mm정도다. 워트는 통과시키면서도 껍질과 그리스트는 걸러낼 수 있도록 계산된 크기다.
매시 튠 내부에는 프로펠러를 닮은 레이크 암 (rake arm) 두 개에서 네 개가 중앙 축을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한다. 이들의 역할은 그리스트와 뜨거운 물이 고르게 섞이도록 하고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다. 또한 워트를 배출 할 때에는 그리스트층을 부드럽게 들어 올려 폴스 바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한다. 일부 매시 튠에서는 상부에 스파저(sparger)가 설치되어 있다. 스파저는 그리스트층 위로 물을 고르게 분사해 남아 있는 당을 최대한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폴스 바텀 아래에는 언더백 이라고 불리는 중간 저장소가 있다. 여기에 모인 당액은 펌프로 이송되어 냉각된 뒤, 효모와 만나기 위해 워시백(washback)으로 보내진다. 매시 튠은 증류기(still)처럼 화려한 구리 설비는 아니다. 그러나 이 안의 모든 구조와 배치는 저마다 중요한 이유를 갖고 있다. 폴스 바텀의 구멍 크기는 워트의 배출 속도를 결정하고, 레이크 암은 매싱이 얼마나 균일하게 이루어지는지를 좌우하며, 스파저는 당을 얼마나 고르게 추출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이 세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균형이 무너지면, 그 배치(bach)에서 얻어지는 워트의 비중(gravity)과 맑기(clarity)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매싱은 왜 필요한가
위스키 제조 공정에서 왜 굳이 매싱(mashing)이라는 과정이 필요할까? 먼저 맥아 제조 과정을 떠올려 보자. 보리는 물에 담가 침지한 뒤 발아하며, 그 과정에서 효소가 활성화된다. 그러나 맥아 제조 과정에서 분해되는 전분은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전분은 거의 그대로 남아 킬닝(Kilning)을 마친 맥아 속에 보존된다. 매싱은 바로 이 남아 있는 전분을 맥아 자체가 가진 효소를 이용해 효모가 이용할 수 있는 당으로 바꾸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는 세 가지다. β-아밀레이스(beta-amylase), α-아밀레이스(alpha-amylase), 그리고 리미트덱스트리네이스(limit dextrinase)다. 전분의 구조를 끝없이 가지를 뻗어 나가는 나무라고 상상해 보자. 각 효소는 이 나무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잘라낸다. 베타-아밀레이스는 전지가위처럼 가지 끝에서부터 말토스를 조금씩 잘라 낸다. 알파-아밀레이스는 도끼처럼 줄기를 발견하는 곳마다 과감하게 잘라낸다. 리미트 넥스트리네이스는 접이식 톱 처럼 가지가 갈라지는 분기점을 절단한다. 이 세 효소가 함께 작용하면서 전분은 결국 효모가 이용할 수 있는 단당류인 포도당과 이당류인 말토스로 분해된다.
아주 좁은 온도의 균형
효소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열을 받으면 변성된다. 마치 달걀을 부칠 때 흰자가 투명에서 흰색으로 바뀌는 것과 같다. 그리고 한번 변성된 효소는 되돌릴 수 없다. β-아밀레이스는 대략 70°C 안팎에서 활성을 잃기 시작하고, α-아밀레이스는 그보다 조금 더 열에 강해 80°C 정도까지 버틴다. 그래서 매싱의 첫 번째 물은 너무 뜨거워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분이 먼저 젤라틴화 되어야 한다. 전분 입자가 물을 흡수해 팽창하고, 결국 터지면서 내부의 전분 분자가 물속으로 풀려나오는 과정이다. 맥아 보리의 전분은 약 60°C 에서 젤라틴화가 시작된다. 바로 여기에 증류사가 맞춰야 할 아주 좁은 온도 범위가 있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전분이 충분히 젤라틴화되지 않아 당 추출 효율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효소가 변성되어 버려 효모가 이용할 수 있는 당으로 바뀌지 못한 전분만 남게 된다.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증류업계가 찾아낸 최적의 첫 번째 투입수 온도는 63~65°C 다.
세 번에 나누어 투입되는 물
첫 번째 물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전분을 호화(젤라틴화)시키는 동시에 효소를 활성화하여, 발효 가능한 당의 70% 이상을 워트 속으로 녹여낸다. 이 과정에서 레이크 암(rake arm)은 중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회전하며 그리스트와 뜨거운 물이 고르게 섞이도록 한다. 약 30~45분 정도 휴지 시간을 거친 뒤 첫 번째 워트를 배출한다. 이 워트는 세 번의 추출 가운데 가장 당도가 높으며, 비중(gravity)은 대략 1.060~1.075 정도다.
첫 번째 워트를 모두 빼낸 뒤에도 매시에는 상당한 양의 당이 남아 있다. 그래서 두 번 째 물을 투입한다. 이번에는 물의 온도를 약 75°C 까지 높인다. 이 온도에서는 β-아밀레이스는 이미 활성을 잃었지만, α-아밀레이스는 계속 작용할 수 있다. 더 뜨거운 물은 매시 속에서 남아 있는 당을 씻어내며, 비중이 약 1.020인 두 번째 워트를 얻는다. 이 워트는 냉각한 뒤 첫 번째 워트와 함께 워시백(washback)에서 발효된다.
세 번째 물은 이보다 더 높은 85~90°C 정도로 투입된다. 이 온도에서는 α-아밀레이스 마저 활성을 멈추므로, 이 단계는 더 이상 당화를 위한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사용이 끝난 맥아박(spent grains)에 남아 있는 마지막 당분을 씻어내는 헹굼 과정에 가깝다. 세번째 워트는 당 함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워시백으로 보내지 않고, 대신 핫 리쿼 탱크(hot Liquor tank)에 회수해 다음 매싱에서 첫 번째 물로 다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열과 남아있는 당을 모두 재활용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은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준 공정이다.
주제에 대한 변주 (같은 원리, 서로 다른 방식)
이 ‘세 번의 물’ 투입 방식은 각 증류소의 물, 맥아공급처, 그리고 추구하는 원액의 스타일에 맞게 조금씩 달라진다. 물의 온도와 사용량, 휴지 시간은 모두 조정될 수 있으며, 어떤 증류소는 네 번째 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첫 번째로 당을 추출하고, 두 번째로 남아 있는 당을 다시 추출한 뒤, 마지막으로 남은 당을 씻어내고 재활용하는것. 이 것이 매싱 공정의 공통된 뼈대 이다. 한편, 저자가 근무하는 단큐 증류소(Tankyu Distillery)나 스코틀랜드 파이프(Fife)의 인치데어니 증류소(InchDairnie Distillery)처럼 매시 필터를 사용하는 증류소에서는 공정의 형태가 조금 달라진다. 전통적인 매시 튠처럼 바닥을 통해 워트를 배출하는 대신, 필터 플레이트 (filter Plate)가 압력을 가해 매시에서 워트를 짜낸다.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물을 압착된 맥아박(spent grains) 사이로 통과시켜 남아 있는 당을 씻어낸다, 이러한 설비는 당 추출 효율을 높이고, 매싱 시간을 단축하며, 더욱 맑은 워트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매시 필터 세척이 훨씬 까다롭고, 유지관리에도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싱이 단지 분쇄한 맥아 위에 물을 세 번 붓는 과정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것 처럼, 세 번의 물이 각각 어떤 온도로 투입되는지, 어떤 순서와 리듬으로 사용되는지, 그리고 마지막 물을 어떻게 재활용하는지가 발효가 시작되기 전 워트의 성격을 미리 결정해 놓는다.
저자 약력
데이비드 셰(David Hsieh)는 단큐 증류소(Tankyu Distillery, 丹丘蒸留所)의 수석 증류사다. 이전에는 스코틀랜드의 여러 위스키 증류소에서 증류사로 일했으며, 헤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에서 양조·증류학 석사(MSc Brewing and Distilling)를 취득했다. 대만 1위 위스키 팟캐스트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의 진행자이자 제작자다.
단큐 증류소에 대하여
단큐 증류소(丹丘蒸留所)는 홋카이도 가미카와군 히가시카와초에 자리한, 일본에서도 드문 공설민영(公設民営) 크래프트 증류소다. 회사는 2020년에 설립되었고, 증류소는 2025년 8월에 개업했다. 다이세쓰잔의 맑은 용천수로 싱글 몰트 위스키와 크래프트 진을 만든다. 히가시카와초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게 상수도가 없는 지자체로, 그만큼 물이 맑다. 자세한 내용은 tankyudistillery.jp/ko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자료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 팟캐스트 EP10 「A Right Mess of Porridge (Part I)」.
본 글에서 언급된 증류소, 브랜드 및 생산자에 관한 내용은 공개된 정보와 저자 개인의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는 상업적 비교나 평가가 아닌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며, 해당 언급이 Tankyu Distillery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