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디스틸러 블로그 제9호 ― 캐스크 하나에서 몇 병의 위스키가 나올까?
David Hsieh

캐스크 용량과 엔젤스 셰어를 바탕으로, 캐스크 한 통에서 실제로 몇 병의 700mL 위스키가 나오는지 계산해 보자.
David Hsieh, 마스터 디스틸러, Tankyu Distillery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진행자
본 글은 Business Whisky Guide 팟캐스트 EP9 「Nearly a decade undercover, even the labels on the labels are wrong (Part II, censored)」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오크 캐스크는 스카치 위스키 산업에서 사실 몇 가지 '공식 규격' 치수만이 쓰인다. 가장 흔한 세 종류는 용량 약 200리터의 버번 배럴(Bourbon Barrel), 약 225–230리터의 호그스헤드(Hogshead), 그리고 약 500리터의 셰리 버트(Sherry Butt)다. 이들은 업계가 핵심 제품군(core range)의 숙성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캐스크들이다. 물론 다른 규격도 존재한다. 일반적인 캐스크 용량의 약 4분의 1 크기인 쿼터 캐스크(Quarter Cask), 약 8분의 1 크기인 옥타브(Octave) 등이 사용되기는 한다. 다만 이들은 주력 숙성용이라기보다는 특수한 목적에 사용되는 형식에 가깝다.
스카치 위스키의 표준 병입 용량은 한 병당 700mL로, 이는 스카치 위스키 수출 시 가장 보편적인 병 규격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버전은 750mL가 더 흔하고, 500mL와 200mL는 여행용이나 한정판에서 주로 보인다. 뒤의 계산식을 단순하게 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700cc 표준 병 용량으로 통일해 추산한다.
천사들이 몫을 가져가기 전의 계산
가령, 가상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새 증류 원액(new make spirit)을 캐스크에 채운 직후, 숙성은 전혀 하지 않고 곧바로 다시 꺼내 700mL 병에 담는다고 가정해 보자. 200리터 용량의 버번 배럴(Bourbon Barrel)이라면 약 285병, 230리터 용량의 혹스헤드(Hogshead)라면 약 328병, 그리고 500리터 용량의 셰리 버트(Sherry Butt)라면 약 714병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수치를 그대로 얻는 캐스크는 없다. 숙성 과정에서 캐스크 속 원액의 일부는 목재를 통해 증발하며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엔젤스 셰어(Angel's Share)다.
엔젤스 셰어 (angel’s share)
스코틀랜드의 기후는 연중 비교적 온화하고 안정적인 편이며, 업계에서 통용되는 평균 엔젤스 셰어는 연간 약 2% 정도다. 따라서 가득 채운 캐스크를 기준으로 하면, 1년 후에는 원액의 약 98%가 남고, 2년 후에는 약 96%가 남는다. 이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감소가 이어진다. 10년이 지나면 대략 80% 정도가 남고, 20년 후에는 약 3분의 2, 30년 후에는 대략 절반 정도가 남게 된다. 물론 연간 2%라는 수치는 어디까지나 평균값이다. 실제 증발량은 창고의 위치와 구조, 창고 내에서 캐스크가 놓인 자리, 캐스크의 누출 여부, 충전 도수(filling strength), 그리고 지역 - 하이랜드 본토(Highland mainland), 아일라(Islay), 캠벨타운(Campbeltown)에서는 엔젤이 가져가는 몫도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연간 2%라는 수치는 업계가 실무적으로 사용하는 기준값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년 숙성 후, 캐스크 스트렝스로 병입한다면,
이 설정값을 20년 숙성한 버번 배럴에 적용해보자. 숙성 후 남는 원액은 약 133리터 정도이다. 만약 숙성 후 물을 타지 않고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그대로 병입한다면, 약 133리터로 약 190병의 700mL 캐스크 스트렝스 위스키를 만들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0년 숙성한 혹스헤드(Hogshead)는 약 220병, 20년 숙성한 셰리버트(Sherry Butt)는 약 480병 정도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계산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싱글 캐스크 위스키의 라벨을 검토할 때 유용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병에 「20년 숙성, 셰리 버트, 캐스크 스트렝스」 라고 적혀있는데 총 병입 수량이 480병을 훨씬 넘는다면, 그 위스키는 엄밀한 의미에서 싱글 캐스크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할 수 있다. 20년 숙성된 셰리 버트 한 통에서 나올 수 있는 양은 일반적으로 480병을 크게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하나의 캐스크가 아니라 여러 캐스크의 원액을 섞어 병입한 배티드 캐스크 스트렝스(vatted cask strength)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어떤 위스키가 「20년 숙성 배럴, 싱글 캐스크, 캐스크 스트렝스」로 표기되어 있는데 병입 수량이 100병에 불과하다면, 그것 역시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이론적으로 해당 배럴은 약 190병 정도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병입 수량이 100병에 그쳤다면, 이는 엔젤스 셰어에 따른 손실이 업계 평균보다 훨씬 컸음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 일수 있는데, 창고 안에서도 비교적 따뜻한 위치에 보관되었을 수도 있고, 숙성 과정 어느 시점에서 캐스크에 누출이 발생했을 수 있다. 증류사가 샘플링 자주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쿠퍼리지나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위스키의 품질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수치는 해당 캐스크에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물론 실제 수치는 창고 환경, 증류소의 제조방식, 그리고 병입 업체가 싱글 캐스크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숙성 중 어느 시점에서 다른 캐스크로 원액을 옮겼는지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 모두 최종적인 병입 수량에 영향을 미친다.
라벨 읽기
독립 병입자(Independent Bottler)가 출시하는 위스키 제품의 라벨에는 보통 증류 일자, 병입 일자, 캐스크 번호, 총 병입 수량, 그리고 병입 도수 등 상세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여기에 캐스크 종류까지 함께 알 수 있다면, 대략적인 계산만으로 해당 캐스크의 숙성 이력이 라벨의 설명과 일치하는지 어느정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숫자들을 읽을 수 있게 되는 순간, 손에 들고 있는 싱글 캐스크 위스키는 더 이상 단순한 술병이 아니다. 마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결국, 싱글 캐스크의 매력은 이름 그대로 하나의 캐스크에 있다. 하나의 캐스크는 하나의 세계를 담고 있으며, 좋은 캐스크는 결국 자신을 알아봐주며 마셔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법이다.
저자 약력
데이비드 셰(David Hsieh)는 단큐 증류소(Tankyu Distillery, 丹丘蒸留所)의 수석 증류사다. 이전에는 스코틀랜드의 여러 위스키 증류소에서 증류사로 일했으며, 헤리엇와트 대학교(Heriot-Watt University)에서 양조·증류학 석사(MSc Brewing and Distilling)를 취득했다. 대만 1위 위스키 팟캐스트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의 진행자이자 제작자다.
단큐 증류소에 대하여
단큐 증류소(丹丘蒸留所)는 홋카이도 가미카와군 히가시카와초에 자리한, 일본에서도 드문 공설민영(公設民営) 크래프트 증류소다. 회사는 2020년에 설립되었고, 증류소는 2025년 8월에 개업했다. 다이세쓰잔의 맑은 용천수로 싱글 몰트 위스키와 크래프트 진을 만든다. 히가시카와초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게 상수도가 없는 지자체로, 그만큼 물이 맑다. 자세한 내용은 tankyudistillery.jp/ko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자료
《업무용 위스키 가이드》 팟캐스트 EP9 「Nearly a decade undercover, even the labels on the labels are wrong (Part II, censored)」.
본 글에서 언급된 증류소, 브랜드 및 생산자에 관한 내용은 공개된 정보와 저자 개인의 관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이는 상업적 비교나 평가가 아닌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며, 해당 언급이 Tankyu Distillery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